목련
동산지기의 시집-가막살나무에서 옮김
눈 덮인 들판에서
바람이 날라 온 하얀 눈으로
지난겨울
그렇게 마음을 씻었다
눈 덮인 골짜기의 얼음 사이에서
바람이 날라 온 시린 눈으로
지난겨울
그렇게 얼굴도 하얗게 닦았다
눈 덮인 산
잎도 열매도 다 떨구어버린 참나무 숲에서
바람이 날라 온 맑은 노래로
지난겨울
그렇게 마음도 하얗게 비웠다
하얀 목련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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밤 새 눈이 내린 날 아침 산길에 햇살이 쏟아져 내린다.
그 반짝임이 눈이 부시다.
그 하얀 산길 밟고 지나고 싶질 않다.
너무 하얘서다.
새 봄 피어나는 하얀 목련이 그렇다.
눈이 부시게 하얀 빛깔로 파란 하늘 아래 핀다.
하얀 가슴에 햇살을 담으면 하얀 꽃송이는 금빛 등으로 빛난다.
겨울 산에서
겨울 들판에서
겨울 계곡에서 겨울바람이 날라 온 눈으로 마음까지 하얗게 씻었을까.
하얀 꽃송이 송이 눈이 부시다.
햇살 좋은 새 봄 하얀 목련꽃 아래에 서면 목련의 하얀 향기가 하얀 구름을 만들어 감싼다.
어디서 왔을까
하얀 꽃 하얀 향기......하늘의 선녀들이 내려와 앉은 꽃일까.......
하얀 목련은 하늘나라의 공주가 북쪽 바닷가에 사는 어떤 청년을 내려다보다 너무 좋아져 그만 땅으로 내려왔지만 그 사랑 이루지 못하고 죽어 이꽃이 되었다는데 그래서 이렇게 하얀 눈부심으로 피어나는걸까.
하얀 달밤에 하얀 꽃송이로 하늘을 바라보는 슬픔이라서 더 서럽게 보이는걸까.
하얀 목련 아래 서면 하얀 슬픔이 전해져온다.
너무 하얘서 심술궂은 봄바람이 만든 까만 점 하나 견디지 못하고 아파하고 아파하다 기어이 그 하얀 꽃잎 툭 떨어뜨려버리는 시립도록 맑은 꽃.......
목련 아래 서면 <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.......>하고 노래한 시인 윤동주가 생각난다.
윤동주의 시를 좋아한다.
그 시련의 시간들을 보내면서 어찌 그리 하얀 순수의 시들을 썼을까.......
가끔 그가 쓴 < 자화상 >을 읽으며 부끄러워하곤 한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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아래-초록숲에서 그동안 촬영한 목련꽃 친구들